나는 친구들보다 그나마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혹은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내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고 느껴졌다. 과제가 아닌 내 스스로 책 내용을 정리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독서 노트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나에게는 조금은 버거운 '서평'이라는 주제였지만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목적과 부합했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책은 왜 서평을 써야 하는지, 그렇지만 왜 그것이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차례차례 설명해준다. 책의 제목에 쓰여있듯 이 책은 서평 글쓰기 '특강'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구어체로 쓰여져 있다. 마치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와 비슷하다. 그 때도 문체가 굉장히 따뜻하다고 느꼈었는데 이 책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제대로 된 정보를 모으고 가공하려면 독해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독서와 글쓰기라고 말한다. 글쓰기에 대한 교육이 필수인 미국과 달리 정답만을 강요하는 교육 속에서 자란 우리가 글을 못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저자는 위로한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서평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들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 몇 가지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객관성'의 확보다. 독후감이 주관적인 글이라면 서평은 객관적인 글이다. 독후감을 통해 자신과의 대화가 가능하지만 타인과의 대화는 어렵다. 객관성을 확보한 서평만이 다른 독자들과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사고를 더 확장할 기회를 갖게 한다.
흔히 '객관적인 글'이어야 한다고 하면 다소 어렵게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책 속에 반복되는 키워드와 핵심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한 번에 읽어서 그것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두 번 정도 책을 읽는 등 적극적인 독서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나의 관점을 더하면 된다. 나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별점 주기'를 추천한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경험하면 그것에 대한 호불호를 갖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왜 좋은지, 왜 싫은지를 '별점'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나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서평'에 대한 이해가 쉽고 빠르게 되면서 심적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문체가 따뜻하다는 것이다. 책 읽는 내내 그게 느껴졌다. '~하는 법'에 관한 어떤 책들은 저자가 가리려고, 가리려고 노력했다만 그래도 '이 책에 쓰여진 방법이 최고다'라는 식의 늬앙스를 풍기는 문장이나 표현들이 등장하곤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책을 잘 읽다가도 그런 문장을 만나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문장들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강의(책) 내용이 더욱 잘 읽히는 것 같았다. (책 내용이 별론데 좋게 들렸다는 뜻은 아니다. 아주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책은 읽는데 남는 게 없다'고 느껴지셨던 분들, 서평을 어떻게 쓸지 난감하신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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