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아픔'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그 '아픔'을 통해서 어떻게 우리가 성숙한 사회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제안한다. 책에는 다양한 상처들이 등장한다. 용산 참사, 세월호 사건,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소방관 등 사회의 비주류,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차갑게 관심이 식었던 사건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사건들의 원인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떤 대처를 해왔는지,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시사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역학이란 통계적 분석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학문이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밝힌 것이 역학 덕분이다. 사회역학은 이런 단순한 원인 분석이 아닌 그 원인을 사회적 구조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도입부에 시카고 폭염 재난 사례를 들어 사회 역학이 어떤 것인지 쉽게 설명했다. 이외 목차에서도 사례들의 정확한 년도와 수치 비교 등을 통해서 근거를 제시하며 어떤 사회적 구조가 원인이 질병의 원인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 챕터, 한 챕터가 굉장히 잘 쓰여진 논문이나 레포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읽는 분야였는데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구성 덕분인지 굉장히 쉽게 읽혔다.
한 사례들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시카고 폭염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같은 시카고임에도 특정 한 지역 다른 지역에 비해 사망자 수가 10배 이상에 달했다. 미국은 이 원인을 분석하게 위해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그 지역은 위험 지역으로 사람들은 외출을 꺼렸고, 위험에 휘말릴까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불신과 치안이 사망 급증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같은 '원인의 원인'에 대해서 고민해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사회는 다른 모습이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는 조금 더 살기 좋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모든 일의 원인은 개인적 차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을 해결해야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 들고 있는 주제는 주위에서 들어보았던 주제들이다. 그러나 잘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먹기 살기 바빠서 말이다. 나 또한 먹고 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취업 원서 넣고, 스터디하러 다니고.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가 없고 주위를 둘러볼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지 않았다. 책에서는 IMF 이후 비정규직 고용이 고착화되고,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또한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사회는 병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실패하면 다시 재기할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해고는 곧 살인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쉽지 않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밟고 올라는 것이 이 사회의 기본 논리라도 할지라도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하나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구성원들은 서로 서로에게 좋고 나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다. 타인에게 예민한 감수성을 발휘해서 그 사람들을 존중할 때 나도 존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인의 원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때 결국에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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