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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호주 퍼스 워홀] 뮤지컬 라이온킹 후기(feat. 위키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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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다!

나는 호주 퍼스 크라운 호텔 극장에서 라이온 킹을 보게 되었다. 워홀 오기 전에 유럽 여행을 했는데 첫 여행지가 런던이었다. 내가 런던을 간 이유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가 가장 컸고, 그 중에서 라이온 킹을 꼭 보리라 다짐했었다. 그래서 여행 첫 날 첫 일정으로 라이온 킹 극장을 가서 예매를 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예정된 공연 시간에 극장을 갔는데 굉장히 웅성웅성 어수선했다. 뭔가 공연장 앞의 흥분 상태라기보다는 직감적으로 어수선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길래 나도 그 뒤에 가서 줄을 섰는데 갑자기 나한테 어떤 사람이 여기가 줄이 맞냔다.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서있길래 서있다고 얘기해줬는데 주위 사람들도 뭔가 패닉 상태다. 공연장 입구 쪽으로 가서 상황을 보니 관계자가 크게 소리치며 낮 공연에서 공연장이 정전이 되었는데, 아직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공연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환불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렇게 라이온 킹 볼 기회를 잃었다. 궁여지책으로 위키드를 봤다.



(갑자기 위키드 후기가 되는 분위기인데 라이온킹 후기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로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당장 뮤지컬을 봐야했던 나는 시내 티켓 부스에서 위키드 티켓을 구매했는데 3층 티켓을 덤탱이 쓰고 샀다. 나도 나중에 알아차린 것이지만 티켓 살 때 되도록이면 미리 미리 예매도 하시고 잘 구매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보게 된 위키드는 너무 황홀했다. 3층이라 진짜 안 보이긴 했지만 1부의 끝노래인 'defying gravity'를 들었을 때 그 소름 끼치는 느낌을 잊지 못한다. 제법 괜찮은 뮤지컬 경험이었지만 원래 원하던 라이온 킹을 보지 못했다는 찝찝함은 지우기 힘들었다. 호주 퍼스로 워홀을 갔는데 그 해 12월에 라이온 킹이 공연을 시작했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이번에 라이온 킹을 보라는 신호라고 여기며 티켓을 구매했다.



오프닝이 갑

나는 정말 맨 끝에서 봤다. 퍼스 크라운 호텔 극장은 1,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말 2층 맨 끝 자리에 봤다. 위키드를 3층에서 보았을 때 그렇게 못 봐줄 정도도 아니었기 때문에 티켓값을 고려해서 그 자리를 구매했다. 그래도 티켓값이 100달러 정도 했던 것 같다. 2층 끝에서 보아도 진짜 잘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오프닝을 보려면 차라리 2층에서 보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무튼 2층 끝에서 봐도 아주 잘 보였다. 내가 라이온 킹 뮤지컬을 보겠다고 결정했던 이유는 오프닝 때문이었다. 오프닝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았는데 '이렇게 창의적일 수 있나?' 라고 느꼈다. 여러 분장, 공연 장치들을 이용해서 동물의 움직임을 구현해냈다.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오프닝은 내가 유튜브로 보았던 것과 똑같았다. 그래도 그 웅장함을 잊을 수가 없다. 1층 좌석에서 동물들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와 심바의 탄생을 축하한다. 가젤, 코끼리, 새들 등 탈을 뒤집어 쓴 것이 아닌데도 배우들의 연기로 그 동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기술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는 라이온 킹 애니메이션과 똑같다. 내가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정말 많이 보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면서도 다 기억이 났다. 티몬과 품바, 심바, 라라, 하이에나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뭔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오프닝이 세도 너무 세다. 오프닝을 그렇게 화려하게 열어버렸는데 뒤에서는 그렇게 볼만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위키드는 잔잔하게 가다가 1막 마지막에 강력한 한 방을 던지는데 라이온 킹은 그 한 방을 처음에 보여줬다. 동물들의 연기는 볼만 했지만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어린이 뮤지컬이다 보니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유럽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라이온 킹 2막 공연 중 정전이 되어 환불받았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라이온 킹을 보지 못한 이유를 제공해 준 그 정전이었다.) 그 사람들이 '오프닝 봤으니 됐다. 오프닝도 보고 환불도 받고 개이득!' 이라고 그랬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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