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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호주 퍼스 워홀] ALS (a.k.a 돌공장) 5개월 일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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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방법


일단 ALS는 말라가와 왕가라 두 곳에 있습니다. 이력서는 말라가 (Malaga) 지역에서 받습니다. 아래 사진 철창 바로 뒤에 보이는 건물에 내시면 되요. 가서 "일 구하러 왔다." 그러면 뭔 종이를 줘요. 

거기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 어떤 것에 대해서 체크하고 이력서랑 같이 돌려주면 되는데요. 그 어떤 것이 무엇이냐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다. / 없다.' 이렇게 체크하는 겁니다. 그 때 저는 무조건 많이 할 수 있다고 해야 좋은 건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에요. 아예 말이 안 되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나는 방사능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일할 수 있다?'' 나는 독성 물질을 다룰 수 있다?' 이런 거요. 할 수 있다고 할까 하다가 이건 아닌 거 같아 '아니다'에 체크를 했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종이에 볼드 + 밑줄 쫙쫙으로 '니가 이걸 할 수 있으면 No에 체크하고, 할 수 없으면 Yes에 체크해라' 이렇게 적혀있어요. 

근데 이 문장이 좀 이중부정식으로 해석하기 어렵게 적어놨어요. 저는 하우스메이트랑 같이 가서 상의하면서 했는데도 완전 반대로 한 거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영어 못하는 사람 거르기 위함이에요. 저는 완전히 반대로 했는데 왜 일을 했을까요? 

그건 리셉셔니스트에게 말을 많이 걸어서인 듯 합니다. 구직 활동 극초반에 여기에 지원했기 때문에 저는 아직 되게 Shy했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외국에서 1년 살아본 경험이 있는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살갑게 인사도 하고, 농담도 건네고 저도 옆에서 웃으면서 거들고 그랬죠. 나중에 인터뷰할 때 보니까 제 레쥬메에 Good English!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이렇게 못 적힐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의 이력서는 쓰레기통 행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리셉셔니스트가 1차 면접관이라고 보고되도록 많이 대화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입사 과정


일단 인터뷰를 봅니다. 사실 인터뷰라고 볼 수 있나 싶습니다. 


매니저 曰 "우리는 이런 이런 일한다." "한 번 보여줄게." (현장 견학 후) "너 차 있지?" 이런 질문을 합니다. 매니저가 하는 일, 계약 사항에서 대해서 설명하고, 현장 견학하고 저도 몇 개 질문하고 끝. 


다음날 바로 말라가 사이트로 가서 안전에 관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관해서 담당자가 물으면 테스트식으로 대답하고...호주인이랑 둘이 봐서 참 긴장했지만 호주인이 한 번 틀리고, 제가 맞혀서 긴장이 좀 풀렸습니다. (근데 이 호주인이 일하면서 계속 저를 무시하고 ㅠㅠ) 그리고 구체적인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제가 연금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체크를 '연금 안 받아'로 체크를 하니까 "너 여기에 YES로 체크하는 게 도움될 걸?"이래서 바꿨습니다. 몰랐으면 얼마나 후회했을지... 저는 왕가라 (Wangara) 사이트에서 일해서 왕가라 사이트에 가서 고참(?)이랄까요? 거기 워커들을 가르쳐주고, 감독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직함은 따로 없었는데요. (Bill이라는 귀요미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그 분이 우리 새로 왔다고 사람들한테 인사시켜 주고 일 조금 알려주고 그런 식으로 일을 시작했답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


일단 큰 얘기부터 해드리겠습니다. 자원을 캐내려면 땅 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캐낼 거잖아요. 그래서 여러 광업 회사들이 여기 ALS에 토양 샘플들을 보냅니다. 거기에 뭐가(금, 철광석 등)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ALS에 의뢰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ALS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걸 알아내기 위해 여러 과정들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좀 이해가 되시나요? 제가 항상 설명할 때마다 호주 사람들도 "뭐라고? 그런 게 있어?"라고 반응했던 게 생각납니다. 워홀러들 사이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회사이지만 호주 사람들은 거의 존재를 모르는 분야의 회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왕가라 사이트는 그 토양 샘플들을 잘게 분쇄해서 정말 말 그대로의 (실험을 위한) 작은 샘플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근무자들 직함이 Sample preparer입니다. 그 샘플들을 가지고 성분 분석하는 곳이 말라가 사이트이구요. 그래서 들어가기도 전에 "왕가라는 무거운 거 날라서 힘들고,말라가는 꿀이래."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상상했을 때 고대 이집트같은 이미지를 상상했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왕가라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 하우스메이트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척해서 말라가 사이트에서 일했는데 공부하라고 숙제 내주더라구요. 봐봤더니 전문 용어 투성이... 걔는 3일 만인가 무단 결근해서 자연스레 그만두었습니다. 왕가라 사이트에는 몇몇 파트가 있습니다. Crush, Fine Crush, LM3, LM5 등등기억나는 게 이것밖에 없네요. 다 돌을 기계에 넣어서 가는 것이라는 점은 똑같아요. 하지만 그 샘플의 크기에 따라 달라요. 저는 처음에 Fine Crush만 했는데 참 쉽습니다. 한 세 주먹 되는 돌들(자갈 크기)을 기계에 넣고 갈면 되요. Crush는 이 과정 전에 하는 거라 더 크구요. LM3나 LM5는 Fine crush된 것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가루로 만들어버립니다. LM5는 왕가라 사이트의 꽃(?)가장 중요한 파트라 힘들기도 하지만, 일이 가장 많아서 꾸준히 일하기 좋아요. 저는 일이 없어서 쉬는 날이 좀 많았어요. 이 얘기는 뒤에 가서 자세히 얘기하도록 할게요.



문화


제가 호주인들과 이 곳에서밖에 일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ALS의 문화가 아니라 호주인들의 문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 습관성 따봉 & 눈인사

지나가다 눈마주치면 눈썹을 올리거나 입꼬리를 올리거나 따봉을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오글거려서 '저게 뭐야? 왜 저래?' 이래서 저는 돌려주지도 않고 그냥 어색하게 받기만 했어요. 근데 계속 받다보니까 그냥 좋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 저도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다가 눈 마주치면 따봉을 해댔죠.


2. 파티 

명절(?)을 챙겨요. 제가 근무할 때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있었거든요. 크리스마스 때는 다 같이 모여서 식당에서 파티했었고, 부활절에는 섭웨이 깔아두고 런치 파티를 했었어요. 그리고 추첨해서 선물도 주고... 없는 것보단 나은 듯 합니다. 


3. Safety first

안전 제일! 안전을 중시합니다. 안전 교육도 주기적으로 하고...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위험한 건 하지 말라고 하고, 위험한 것 하다가 짤릴 수도 있습니다. 보진 못했지만, 저도 하지 말라는 거 했다가 경고 한 번 받았어요. 저 그 때 짤리는 줄 알고 식겁했었죠.


4. 내 일 다하면 땡!

이건 데이 쉬프트는 해당이 안 되고, 저녁 쉬프트에 해당하는데요. 최고 관리자가 저녁 쉬프트엔 없어요. 그래서  이 때는 빨리 내가 맡은 거하면 놀아도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가서는 2시간 정도 놀아서 지루하게 퇴근 시간 기다리기도 하고 그랬죠.



급여


제가 계약할 때 시간당 23달러였고,주말 근무는 2배 더 쳐줬던 걸로 기억해요.




Gross는 세전 금액 Net이 세후 금액이에요. 이게 제가 2주급으로 평균적으로 받던 페이이구요. (호주는 보통 1, 2주급으로 줍니다!) 




이것이 제가 토요일도 일했을 때 받았던 페이입니다. 차이가 상당하죠. 근데 제가 그만둘 즈음에 일이 폭발해서토요일에도 일했던 게 3번인가밖에 없었습니다.



주의할 점


호주 회사, 공장들은 크리스마스, 새해 시즌에 아주 확실하게 놉니다. 직원들은 1, 2달의 휴가를 가져요. 이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회사의 의뢰를 받아서 일하는 ALS이기에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과 직결합니다. 그래서 이 기간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일을 구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퍼스가 호주 내에서 휴양이 발달한 도시라서 이 시기가 hospitality 분야가 바빠질 시기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ALS에서 casual worker로 계약을 했습니다. (워홀 분들 계약하면 99% 이걸거예요.)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면 casual worker도 맞춰서 같이 쉬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게 또 무슨 얘기냐면 알거지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쉬는 게 아니라 강제 백수행) casual worker는 그냥 일용직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 있으면 부르고 없으면 안 부르는 시스템입니다. 불안정적이기 때문에 part time, full time보다 급여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기적인 시간을 보장받습니다. 일이 있든 없든 부릅니다. 저는 이 때 고용 불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ALS에서는 LM5를 할 수 없으면 이 기간에 일을 거의 안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파트는 위에서 배정하는 것이라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그만둘까 말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12월 말부터 한 2월 초까지다 합쳐서 한 10일 일했으면 많이 일했을 거예요. 다행히도 진짜 그만둬야겠다. 싶을 때 주 5일로 불러줘서계속 일했지 아니었음 진작에 그만뒀을 겁니다. 그래서 공장 일을 구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실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연말에 공장 일하면 반백수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제가 일을 그만둔 게 2016년 5월이라는 점을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세금법도 그렇고, 근무 환경도 그렇고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니까요. 제 포스트는 참고만 하시고 너무 맹신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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