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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먹고 사는 것이 1차적인 문제다. 일단 호주에서 떨어지면 정말 '살아남는 것'이 목표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나 또한 그랬고 일을 구할 때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글에서는 내가 일을 구한 방법, 과정 그리고 일자리 구한 후기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한다.
일 구하는 방법
한국에서는 일을 어떻게 구하는가?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에서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하고 서류가 통과하면 면접을 보러 간다. 이 채용 시스템은 알바나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다를 바가 없다. 호주도 이런 경로로 일을 구한다. 하지만 이 경로 말고도 다른 경로가 있다.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우선 직접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온라인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1. 직접 방문하기
말 그대로 매장에 들어가서 일 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한국에서 알바를 몇 개를 해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구한 적은 없었다. 가게에 '구인 공고'라고 써져 있어 들어가서 일을 구한 경험은 있지만 아무 공지도 붙어있지 않은 가게에 무작정 들어가서 일을 구한다고 말해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이게 워홀러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방식이다. 아마 온라인으로 지원하는데 낮에는 할 일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호주 온 지는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면접 보자는 곳은 한 군데도 없지, 낮에는 할 일도 없지 그러니까 철면피를 깔고 나갔었다.
구체적인 방법은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뽑아 들고 무작정 카페, 초밥집, 레스토랑, 편의점 등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점원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여기 일자리 있니?"라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니저를 찾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채용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매니저 좀 볼 수 있어?"라고 물어보는 걸 추천한다. 점원이 왜냐고 물어보면 "일자리 구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잡 에이전시 챈들러 데스크)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점원들에게 레쥬메를 주게 되면 자신들의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바로 찢어버린다는 얘기가 있었다. 정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도 약간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 카페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나 : 매니저 좀 불러줄래?
서버A : 무슨 일인데?
나 : 일자리를 찾고 있어.
서버A : 아 그래? 잠시만 기다려봐.
미상 : (저쪽에서 걸어오며) 무슨 일이야?
서버A : 얘가 매니저 찾고 있다는데? 어딨는지 봤...?
미상 : 내가 매니저야. 레쥬메 있어?
나 : 응. 여기.
미상 : 그래. 내가 체크해보고 필요하면 연락줄게. 잘가!
'미상'이라고 지칭한 사람이 진짜 매니저가 맞다면 서버A가 그 사람을 보자마자 '아 저 사람이 매니저야'라고 했을 텐데 나는 'do you know where...'까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
앞에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이런 방법으로 알바를 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 이 방식을 사용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창피했다. 그래도 거기선 일반적인 방법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 간혹 가다 아주 반갑게 맞아주는 경우도 있고, 응원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아주 외향적이지 않다면 한국도 아닌 타국에서 이런 식으로 일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2. 온라인 지원
나는 '검트리'라는 사이트에 구했다. 우리나라 중고나라와 잡코리아, 알바몬을 합친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식도 동일하다. 지역, 원하는 업종 등 필터를 추가하면 검색이 쉽다. 지원하는 방식은 작성해 놓은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첨부하고 간단한 소개 정도를 남기면 된다. 나는 정말 아무데나 다 찔렀다. 왜냐하면 온라인에서는 무서울 게 없었다. 그 사람들이 날 부를지 안 부를지 모르겠지만 클릭 한 번이면 이미 지원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막 넣었다. 하루에 많으면 30군데도 넣었던 것 같다.
3. 잡 에이전시 이용하기
잡 에이전시, 인력 사무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챈들러'라는 곳에 가서 인력 등록을 해두었다. 이 곳은 스테글스(흔히 닭공장)의 일을 연결시켜주는 곳이라 좀 많이 유명한 곳이다. 가서 나 일자리 찾는다. 그러면 폼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거 작성하면 끝이다. 그리고 또 무한대기다. 그들이 사람이 필요할 때가 되면 전화로 연락을 준다. 심지어 당일에도 연락을 주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일 구해본 경험(후기)
위의 과정은 사실 특별할 게 없다. 1번의 방식을 빼면 한국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타국이고,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뿐. 나는 1, 2, 3의 방법을 통해서 다 한 번씩 일을 해보았다.
1. 직접 방문하기
내가 직접 방문해서 이력서를 돌렸던 곳은 공장도 포함이다. 그중에서 ALS라는 곳이 있는데 워홀러들 사이에서는 일명 돌공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곳은 리셉션에게 레쥬메를 전달해주면 그 리셉셔니스트가 담당자에게 전달해주고, 해당 담당자가 구직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거의 극초반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한 달반은 지나서 연락이 왔다. 월요일 면접을 보게 되었고, 바로 다음날부터 일하고 6개월 동안 일하였다.
2. 온라인 지원
이건 앞서 언급했듯이 막 집어 넣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아야 어딘지 알 수 있다. 내가 받았던 전화는 코테슬로의 레스토랑 설거지꾼, 카페의 스몰쿡(샌드위치, 샐러드 등 간단한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 트라이얼 받아보라는 것이다. 트라이얼이란 일종의 면접이다. 무급으로 일을 하루 이틀 시켜보고 잘하면 뽑고 못하면 안 뽑는 것이다. 나는 코테슬로 레스토랑은 버스를 잘못타서 약속 시간을 못 지켰고 그래서 아예 가지를 않았다. 카페의 경우에는 내가 이력을 속였기 때문에 트라이얼을 완전 망쳤고, 설거지꾼으로 1주일 일하다가 ALS로 갈아탔다.
3. 잡 에이전시 이용하기
'챈들러'를 이용해서 스테글스에서 일해보았다. 딱 하루. 이것도 ALS 면접 날 전화 와서 딱 하루 일했다. 전화로 갑자기 부르는 걸 '콜잡'이라고 하는데 이건 좀 불안하다. 그냥 자기들이 일이 필요할 때 부르기 때문에 시간이 안 맞으면 일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테글스는 좀 별로였다. 닭공장이라 추웠고, 물이 굉장히 많았고, 관리자도 사람 막 부린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유쾌한 것 같았다.
마지막 Tip!
나는 한 달반 정도가 지나서야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었다. 그런데 주위에 보면 일자리를 빨리 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특수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역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 내가 본 경우는 바리스타, 미용사, 네일하는 사람, 타일공이었다. 다들 경력을 살려서 빠르게 일을 구한다. 미용사, 네일, 타일공은 주로 한인 가게에서 일한다. 흔히 말하는 한인 잡이다. 하지만 벌이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오지잡(호주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을 그렇게 열망하지 않는다면 저런 기술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타일공은 기술이 정말 좋다면 (빠르다면) 한 주에 한화로 백오십까지 땡기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정말 '놀랄 노' 자다.
바리스타는 오지잡으로도 많이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급도 25달러 내외였고, 라테 아트를 얼마나 할 주 아느냐에 따라 시급이 더 높게 책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면 완전 꽝이다. 영어를 못해 주문은 못 받고 만들기만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15달러 받고 일하고, 동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오지잡을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기본은 영어라는 것을 명심하자. 바리스타는 위의 직종보다 단 기간에 한국에서 경험을 쌓고 갈 수 있는 일이니 한국에서 이런 준비를 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약 1. 빨리 일을 하고 싶다면 특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좋다.
요약 2. 오지잡을 하려면 무조건 영어는 필수! (최소한 의사소통은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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