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볼만한 하이틴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찾았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이후로 오랜만이다. 바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이다. 현재 시즌1(8화) 까지 업로드 되어있다. 딱 몰아보면 좋을 정도의 분량이다. 내가 어떤 면에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는지 하나 하나 설명해보겠다. 리뷰를 보고 혹시 끌리는 구석이 있다면 시청하기 바란다.
1. 영국 감성
'스킨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계보를 '오티스의 비밀상담소'가 잇는다고 생각한다. 영국 하이틴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가 이 드라마에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그렇지만 그걸 상쇄시켜줄 유머가 있다. 그리고 꼭 정신이 약간 빠진 듯한 캐릭터가 한 명씩은 나온다. 굉장히 이상한 짓인데 그걸 굉장히 당연하게 한다. 그런 요소들을 그리워했던 분들이 보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다. 그리고 그냥 영국 발음을 듣는 자체로도 좋다. 같은 영어인데 왜 이렇게 쿨하게 느껴지는 건지.
2. 비밀상담
원제가 'Sex education'이다. 말 그대로 성상담. 우리나라식으로 돌려서 '비밀 상담소'라고 제목을 바꾸었다. 고등학생인 등장인물들은 섹스에 서툴다. 뭐 어른이라고 그런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처음이니까 굉장히 혼란스러워한다. 이 때 '오티스'가 엄마 어깨 너머 배운 성지식으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매 에피소드마다 고민 상담자들이 나온다. 구강성교, 자기 혐오로 인한 섹스 거부, 레즈비언의 관계 등 여러가지 상담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가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누가 싫어할까?
3. 뉴-레트로
나는 이 드라마가 당연히 80년대 아니면 90년초를 무대로 한 드라마인 줄 알았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맥북을 쓰고,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전송한다. 조금 충격이었다. 절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집도 현대적인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굉장히 앤틱하거나 안락한 느낌만 보여준다. 타고 다니는 차도 모두 올드카이고나 학교에 있는 TV도 뒤가 뚱뚱한 브라운관 TV다. 이런 점을 보면 의도적으로 예전의 모습을 차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현대적인 모습과 복고적인 모습의 간극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4. 애잔한 캐릭터들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애잔한 구석이 있다. 학교에서 제일가는 인기녀 '메이브'는 학교에선 강인한 모습이지만 집에 돈이 없어 쪼들리며 살고 있다. '오티스'에게 '비밀 상담소' 사업 제안을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학교 짱 '애덤'은 아버지가 학교 교장선생님이지만 성적이 바닥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한다. 모두가 하나씩은 결핍된 존재인 캐릭터들이다. 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을 응원하며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5. 사랑과 우정 사이
'메이브', '에릭' 그리고 '오티스'. 이 셋이 이 드라마의 메인 캐릭터이다. 오티스는 메이브를 만나기 전까지 에릭밖에 친구가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 메이브와 어울리면서 에릭과의 사이가 조금씩 어긋난다. 이런 모습이 극초반에 아주 미묘하게 그려진다. 메이브를 좋아하게 된 오티스, 에릭은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서글프다. 그러다가 극 중반부에 쌓인 오해가 터지고, 오티스는 이 사이에서 괴로워 한다. 가장 보편적인 하이틴 드라마의 소재인 '사랑과 우정'이지만 그래서 재밌는 것 같다. 그들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에이 그러면 안 되지.', '그래, 그렇겠다' 등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보편적인 이야기이기에 더 공감할 수 있고,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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