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니?"라고 물어보는 책의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이다. "해봤냐고" 물어보는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 때 'wait a second'의 뜻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후 학교를 자퇴했고, 그 길로 영어 공부에 매진하며 인생을 바꾸었다. 한국의 복서 출신 고등학교 자퇴생은 세계적 명문대인 미국의 UC버클리에 입학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영어 공부를 위해 회화 영어 학원을 다녔지만 실력을 늘지 않자 독학으로 영어 회화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 비결을 무작정 '영화를 씹어먹은'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5장에서는 저자의 영어를 공부하게 된 이유와 그에 대한 보충 설명이다. 2장은 '듣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3장에 구체적인 '영화 한 편 씹어먹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4장에서는 왜 '영화를 씹어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충설명으로 이어진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들었을 때 원하는 바는 구체적으로 영화를 어떻게 씹어먹는지, 영화 한 편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에 관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이 부분을 한 챕터에만 할애하고 있다. 그 방법이라는 게 너무 간단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그 방법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 강세, 발음, 리듬에 익숙해지기, 2단계 : 한 대사를 받아쓸 수 있을 때까지 받아쓰고, 그것을 완전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말한다. 3단계 : 시간날 때마다 한다. 끝이다! 1단계는 예습 단계이고 3단계는 그냥 모두가 아는 사실을 언급했다. 실질적으로 학습에 적용하는 것은 2단계 뿐인 것이다. 근데 그것도 별 게 없다.
나처럼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들은 다른 강사들도 말하고 있는 '훈련하듯 영어 공부하기'라서 특별할 것 없다. (다른 책을 읽어보실 거라면 '훈련하듯 영어 공부하기'의 원조격인 '영어 천재가 된 홍대리'를 추천한다.)
그 근거도 KBS나 EBS에서 만든 다큐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영어를 왜 '훈련하듯 공부'해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관련 다큐를 찾아보는 게 더 재밌고, 폭넓게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너무 본인의 이야기가 많다. 왜 영어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게다가 그 내용이 흥미롭지도 않다. 대단하기는 하다. 저자를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 읽는다면 쉽게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버지가 자신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조상의 무덤에 데려갔다는 이야기나 'wait a second'도 해석 못하던 고등학생이 처음부터 자막도 없이 영어 애니메이션을 끊임없이 시청했다는 얘기 등등.
하지만 이 책의 가치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방법 부분에서 다른 책보다 빈약한 것뿐이지 영화를 활용해 영어 회화를 독학하려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방법적인 부분보다 영어 공부에 동기부여를 하고 싶은 독자가 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의 저자가 어떤 사람이었건 이 책의 방법대로 저자는 해냈다. 독학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만한 UC버클리에 입학했다. 이 책을 통해서 '공부에는 왕도 없다'라는 말을 다시금 깨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위에 언급했듯이 그렇게 심플한 방법으로 저자는 해냈다. 끊임없이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제목에서도 "해봤니?"라고 물어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영어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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