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하버브릿지 근처에서 전통 공연을 하고 있는 어보리진
백호주의라는 말 무슨 말인지 아시나요?
호주의 인종차별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용어인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사용되던 용어이고, 금광을 활발히 캐던 80년대에 생겨난 말입니다. 금광 캐굴이 활발해지면서 값싼 노동력인 아시아인들이 유입하자 자신들의 생계를 걱정하던 백인들이 유색인종들을 배척하는 상을 백호주의라고 합니다.
그럼 현재에도 백호주의가 있을까요?
물론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담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워홀 생활 중 겪은 것이 어찌보면 객관적인(보편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포스트를 작성해봅니다.
어보리진의 습격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어보리진'이라고 부르는 호주 원주민들입니다. 호주도 미국처럼 영국인들이 개척한 땅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어보리진'들이 사는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백인들이 지배를 한 이후 어보리진들은 많은 박해를 당하고 사회 하층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때 겪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많은 '어보리진'들이 부랑자로 살고 있습니다. 이 '어보리진'들은 퍼스에 많습니다. 시드니에는 정말 없고 퍼스는 시티 가면 많이 볼 수 있어요. 호주 정부에서 사죄의 의미로 '어보리진'들에게 많은 금전적 혜택을 주고 있는 걸로 아는데 아직도 길거리에서 노숙자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시티 트레인역에서 내려서 아는 누나를 만나 식당을 가는데 갑자기 제 어깨를 누가 툭 치더니 앞으로 슝 가버립니다. 뭐라 뭐라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뭐라 뭐라하는데 약간 기분이 나빴습니다. '어보리진'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도 아시안을 장난거리로 여긴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종 차별 아닌 영어 차별?
크리스마스 주간이었습니다. 제 교통카드가 작동하지 않아 시티 트레인역 고객센터를 찾았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직원들은 산타로 분장하고 들뜬 분위기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앞은 백인 중년 여성이 응대를 받고 있었고, 그 사람이 떠날 때 직원이 아주 큰 미소와 액션으로 그녀를 배웅해주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고, 저를 보자마자 표정이 팍 죽어버렸습니다. 마치 복사 1000장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표정이랄까요... 저는 기가 죽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내 카드에 문제가 생겼어, 작동이 안 되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 직원은 필요한 인적사항들과 질문들을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마다 제가 알아듣고 잘 대답을 해서인지 갑자기 묘하게 표정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새 카드로 교환을 받을 때에는 그 중년 여성만큼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배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영어 차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봤을 때 노골적으로 바뀐 태도를 보고 "이건 차별이다."라고 느꼈습니다. 영어 차별이든지 인종차별이든지 차별은 차별이었습니다.
!#a@gh$%yq^&* 슝~
이건 정말 많이 당한 인종차별입니다. 진짜 슈레기들... 제가 부제를 저렇게 넣은 것은 알아듣지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아시안이 보이면 뭐라뭐라 큰 소리로 떠드는 겁니다. 제가 살면서 한 10번은 당했을 거예요. 10개월 살았으니 1달에 한 번꼴 정도? 처음에는 황당하고 어이없어 벙쪘었는데 나중에는 '박큐'를 날리거나 저도 소리를 질러줬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세운 적이 없거든요. 그래도 당하면 기분 나쁩니다.
유럽에서 겪은 인종차별
제가 호주를 가기 전에 유럽여행을 한 달 정도했는데 이 때가 호주에서 10개월 당한 인종차별보다 훨씬 하드코어합니다.
1. 런던 : 에스컬레이터에서 꼬마들에게 박큐 먹은 일, 지하철에서 남자 3명이 눈 찢고 조롱했던 것, 길 걸어가는데 "차이나로 꺼져"
2. 파리 : 지하철 타고 가는데 이유 없이 자기 둘이 큭큭댔던 것, 시장에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상인들끼리 큰소리로 계속 떠들어대며 웃던 것(묘하게 기분 나쁨), 벼룩 시장에서 지나가는데 흑인들이 그냥 귀에 대고 소리친 것
3. 암스테르담 : 버스 타는데 "이거 어디가는 거 맞냐" 물으니까 그냥 위아래에 훑어보던 것
4. 바르셀로나 : 지나가는데 이유 없이 큭큭댔던 것, 식당에서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봤던 것
5. 이탈리아 : 테이크 아웃한다니까 "꼴에?" 이런 늬앙스로 놀랐던 것,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사람이 이유없이 내 어깨 주무르고 다른 직원에게 뭐라하면서 웃던 것.
다시 복기해보지만 참 많네요. 호주에서 겪었던 것은 이것들 만큼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걱정 마셔라
워홀러로서 살기 무난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퍼스는 시드니보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버스 탈 때마다 버스 기사님들이 인사해주십니다. 그리고 내릴 때도 인사해주십니다. 거의 웃는 얼굴로 말이죠. 그리고 이게 백인들의 특징이라고 하던데 눈 마주치면 그냥 웃습니다. 비웃는 게 아니라 미소를 보내줍니다. 길거리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한테도 그럽니다. 저도 그래서 호주 있을 때는 많이 그랬는데 한국에는 이런 문화가 ㅁㅊㄴ으로 보일 수 있는 곳이니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호주 사람하면 별로라기보다는 친근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간간이 인종차별을 당할 때가 위처럼 있습니다. 그건 그냥 못 배워먹은 ㅅㄲ들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워홀 가시는 분들 너무 겁먹지 마시고 당당하게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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