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도시 선택 고민
나는 여느 누구나 그렇듯 대도시에 가고 싶었다. 시드니, 멜번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는 그 곳에서 살고 싶었다. 그리고 시티 라이프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다른 도시들은 많이 낙후되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보면 시드니와 멜번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동양인 워홀러들) 일자리 경쟁도 심하고, 그에 따라 시급 디플레이션도 심해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보았다.
혼란스러웠던 나는 퍼스로 워홀을 갔던 선배 누나를 만나 상담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누나도 인터넷의 말이 맞다며 동조했다. 본인은 퍼스에서 1주 간 머물고 브룸이라는 작은 마을로 들어가서 리조트 생활을 했다고 했다. 누나의 말도 사람이 많으면 시급이 낮아지고 돈 벌기가 어려우니 퍼스를 추천한다고 했다. 1주밖에 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정이 동부쪽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래! 일단, 퍼스에서 몇 개월 살고 돈을 벌다가 원래 살고 싶었던 동부로 옮기자는 계획을 세우고 퍼스행 에어아시아 티켓을 끊었다. 그렇게 퍼스에서의 생활을 시작되었다.
(퍼스 오피스가의 빌딩들, 푸릇푸릇하구나)
1. 일자리 없잖아
퍼스는 예상보다 괜찮은 도시였다. 시드니, 멜번보다는 작다고는 하지만 내가 가보지 못해서 알 수 없고, 서울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번화가도 적당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퍼스 시티는 우리나라 광역시 수준의 느낌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살 것, 볼 것 웬만큼 있는 것은 다 있었다. 그래! 괜찮네. 이제 돈만 벌면 되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차가 없는 나로서는 시티캣을 타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가게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집어넣었다. 또 같은 쉐어하우스에 머무는 친구와 같이 공장 지대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1달 반이나 지났다. 동부보다 시급이 높다고 해서 왔는데 전혀 연락오는 곳은 없었다. 매일 검트리로, 코테슬로, 프리맨틀, 수비아코, 빅팍 등 범위를 넓혀가며 발로 뛰며 이력서를 넣었는데 나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가져온 생활비는 아껴씀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 바닥이 났고, 나는 결국 한인잡으로 1일 알바를 뛰었다. 그렇게 해서 150불로 한 주를 연명했다. 아... 선배 말 믿고 왔더니 일자리는 안 구해지고 차라리 동부로 가서 싼 시급이라도 벌었으면 나았지 않았을까 하는 알 수 없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2. 2주급 1500불 벌었다!
하지만 저 일일 알바가 계기였을까? 그 주에 카페에 트라이얼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스몰 쿡(?)이라는 업무에 지원했는데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다. 거짓말하기 싫어하는 나였지만 주변 애들이 거짓말하며 일자리 척척 구하길래 나도 거짓말을 해 없는 경력을 지어냈다. 하지만 오너는 내가 계란을 깨는 것을 보자마자 "너 못 쓰겠다!"라며 인상을 구겼다. 다행히(?) 설거지하는 직원이 1주 휴가를 가는데 나보고 대신해보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영어는 어느정도 하는 것 같으니 그 이후에 테이크 아웃 주문받는 일을 트라이얼 시켜주겠단다.
누구에겐 허드렛일이지만 그 당시엔 나에게 금쪽 같은 기회였다. 그러던 중 금요일 아침 출근을 하려고 버스를 타려는데 전화가 왔다. ALS로부터 전화가 와서 면접을 보자는 것이었다. 한 달 전에나 이력서를 넣은 것 같은데 이제야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오늘은 안 되고 월요일 괜찮냐니까 당연히 괜찮단다. 그 날 카페 사장이 나를 불러 트라이얼을 할 거냐고 묻길래 바로 "No, Thanks"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면접이 채용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 카페 사장이 너무 다다다다다 잔소리를 많이해서 짜증이 난 상태였다.
결국 그만두고 월요일에 ALS 면접을 봤다. 면접에서 영어 실수가 이력서에 좀 있었다는 것을 지적받았지만 내가 영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준 탓인지 내일부터 나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ALS에서 일하며 주에 700불 이상을 벌었다. 2주급을 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2주마다 1500불 가량이 통장으로 찍혔다. 이 후 배 따땃하게 호주 생활을 지낼 수 있었다.
3. 역시 옳은 선택이었어
그렇게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범위도 넓어졌다. 현지 교회나 언어 교환 모임에 나가기도 했다. 한인들을 만나는 횟수도 많이 늘었다. 그러면서 시드니에서 퍼스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일할 때 받았던 시급은 23달러였다. 그런데 시드니에서는 보통 15달러, 심지어 10달러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시급의 반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물가는 퍼스보다 2배 가량 비싸다고 했다. 특히 렌트비가 너무 비싸서 시티에서는 한 방에 6명씩 2층 침대 3개를 놓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3존이긴 했지만 혼자 넓은 침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같은 렌트비 내고 그렇게 사는 게 너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서야 '아 내 선택이 옳았구나.' 확신했다. 따라서 초기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모으시고 싶은 사람들은 호주 서부쪽으로 정착지를 잡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퍼스 워홀] 뮤지컬 라이온킹 후기(feat. 위키드 후기) (0) | 2019.02.04 |
---|---|
[호주 퍼스 워홀] ALS (a.k.a 돌공장) 5개월 일한 후기 (0) | 2019.02.04 |
[호주 퍼스 워홀] 호주 워홀 취업하는 방법 (일자리 구한 후기) (0) | 2019.01.31 |
[호주 퍼스 워홀] 쉐어 하우스 문제점 및 좋은 점 (0) | 2019.01.29 |
[호주 퍼스 워홀] 내가 호주워킹홀리데이 떠난 이유 (0) | 2019.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