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고른 이유
표지를 보자 마자 '조잡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시각적인 동물이다. '읽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었기에 책을 집어들었다. 나는 원래 새벽 3시에 잤다. 20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도 주말에는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익숙했던 생활이었는데 최근에 굉장히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노화되고 있다는 것이 체감되었고 (특히 피부), 그것의 원인은 수면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나는 먹는 것에 신경을 꽤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별로 없다 (있는데 인식을 못하고 있나?). 잠 못 잘 정도의 요인은 없다. 잠을 잘 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그만 희망을 가지고 책을 폈다.
전체적인 내용
이 책은 잠에 관한 책이다. 초반에는 잠이 왜 중요한지, 현대 사회에서 잠을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뒤로 갈수록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국가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쓰여져 있다. 잠에 대해서 거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나처럼 잠을 잘 못 자거나 잠에 대해 생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들이 읽어볼만한 정보들이 초반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상세한 팁들이 쓰여 있으니 그것도 참고 하면 좋을 듯하다.
원시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
잠을 제대로 자려면 원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책은 설명한다. 그 이유는 우리 세대의 인간은 여러 진화 과정을 거쳐왔지만 체내 생체 시계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이다. 우리의 생체 시계의 초점은 일출과 일몰에 맞추어져 있다고 한다. 해가 뜨면 몸도 '아 일할 시간이구나.'라고 인식하고 해가 지면 '슬슬 휴식 모드로 전환해야지.'라고 인식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면 몸 속의 장기들은 혹사당한다고 한다. 쉬어야 할 시간인데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할 시간인데 쉬기만 하고 있으니 혼란에 빠져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신경이 덜가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빛 샤워를 하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체 시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빛으로 샤워'하는 것라고 말한다. 빛을 온 몸으로 받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젖히고 바로 빛을 맞고, 아침에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여 빛을 맞으며 출근하는 것이다. 점심에도 중간 중간 밖으로 나와서 산책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빛을 최대한 맞아준다. 특히 오전 중에 그렇게하면 더 좋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밤에는 최대한 빛을 안 받아야 한다. 조도는 낮추고, TV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인다. 그리고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책 읽기, 명상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이렇게 쓰면서도 참 잠 제대로 자기 힘들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한다. 저자는 9시부터는 디지털 기기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잘 자는 사회를 만들자.
우리는 모두 안다. 위의 문단의 내용처럼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저자도 안다. 독일인 저자가 저렇게 말했을 정도니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는 이상 엄청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안 살아봤지만 호주에서 살 때 대부분 10시면 잘 준비하고 들어간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사회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인간의 최대 효율을 끌어내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몇 조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생체시계가 뒤로 밀려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침에 수업을 받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럽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2부제 학교를 제안한다. 심지어 입시 시험도 저녁에 보자고 제안한다. 또한 서머 타임으로 뒤로 밀린 시간 때문에 사람들의 생체 시계가 뒤로 밀리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되니 서머 타임도 없애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 뜬 구름 같은 소리야?'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잠이 그만큼 집중력, 효율성 측면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감상평
이 책을 통해 잠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 흥미로웠다. 위의 사진처럼 '잠은 그냥 올 때 자면 되는거지 뭐' 그냥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잠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잠을 적게 자는 것을 자랑처럼 떠벌리고 다니기도 한다. 그 사람들이 단기간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잠을 적게 자거나 잘 못 잔다는 것은 뭔가를 계속 잃어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잠은 최고의 안티에이징'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이유는 잠을 자는 도중에 많은 세포들이 재생산되고 뇌가 필요없는 부분을 말끔히 정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의 신체 변화도 내가 지금까지 가져온 수면 습관의 리벤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고치기는 어렵겠지만 서서히 정상화시켜야겠다. 책이 잠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접근한 것도 흥미로웠다. 잠을 잘 못자는 것이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는 접근 말이다. 특히 학생들은 늦게 등교시켜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공감하였다. 누구나 다 알거다. 아침 보충 수업이라고 EBS 인강을 틀어놓는데 학생들은 선생님들 눈을 피해 다 졸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학생들이 그런다고 나무라지 말라고 하는 게 뭔가 위로가 되었다. 내가 지금 고등학생도 아닌데 말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생체 시계가 아침에 잠이 없도록 맞춰지게 되니 선생님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아이들에게 '밤에 뭐했느냐', '어린 것들이 맥을 못 춘다' 등으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에서 약간 의아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으로 잠 그리고 건강, 능률 향상 등 전체적인 삶에 대한 이해를 조금 넓힐 수 있었던 것 같다. 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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